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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냥 이야기

우리 동네 까마귀들

즐거운 검소씨 2015. 5. 18. 08:41

캐나다로 이사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정말로 많은 까마귀들이 있다는 거였다. 마치 한국의 비둘기떼 같다고나 할까.

요즘엔 한국에서도 공원 근처가 아니면 비둘기가 많은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.


한국에서는 까마귀가 나쁜 소식을 전한다고 생각되어서 처음엔 좀 꺼름직한 기분이 들었는데, 이건 뭐 이제는 매일 보다시피하니 정이 안들래야 안들 수가 없게 되었다.

게다가 이 까마귀들이 어찌나 똑똑한지 가끔은 감탄을 하게 될 때도 있다.


남편이랑 딸아이는 빵을 먹으면 처음과 마지막의 크러스트 부분은 먹지 않아서 남은 걸 버리기는 뭐해서 누구든지 먹겠지 하는 맘에 마당에 남은 것을 뿌려놓았다.

그랬더니, 이 까마귀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던 건지 깍, 깍하는 소리가 몇 번 들리더니 몇 마리가 날아와서 빵 조각들을 물어가기 시작했다. 같은 가족들인지는 모르겠지만, 한 까마귀가 많은 양의 먹을 것을 발견하면 거의 다른 까마귀를 깍, 깍하고 불러서 같이 먹이를 가지고 날아갔다. 


어느 날 앞집 아저씨를 마주쳤는데, 혹시 까마뀌 빵을 주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더니, 까마귀 둥지가 아저씨 땅쪽에 있는데, 열심히 빵을 물고와서 먹는다고 했다.

그 다음 부터는 몇 년 째, 매일은 아니라도 가끔 빵이 남는다 싶으면 같은 자리에 빵을 뿌려놓기 시작했더니, 이 새들이 날다가 내가 보이면 지네들끼리 깍, 깍거리기 시작했다. 내가 보이면 먹이가 나올거라고 생각했나보다.

하지만, 빵이 매일 있는 것은 아니니...우리도 먹고 살아야지 않겠니?



지난 주 쯤에, 남아도는 빵이 있어서 뿌려 놓았더니, 우리 개가 거의 다 먹어버리고, 몇 조각만이 남아있었다.

다행히도 까마귀 한 마리가 남은 조각들을 발견했는지, 두어번을 다시 날아와서 빵들을 수거해 가기 시작했다.

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조각이 남았는데, 또 오기가 귀찮았는지 세 조각을 한꺼번에 다 들고가기를 시도했다.


먼저 한 조각을 입에 물고, 다른 조각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.



두 번째 조각을 무는 것도 성공.



그리고, 마지막 세 번째 조각도 입에 다 물고는 자기 보금자리로 날아가버렸다.

욕심쟁이^^ㅋ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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